홈카페를 시작하려고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게 에스프레소 머신입니다. 그런데 머신부터 사신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생각보다 안 쓰게 된다”예요.
순서를 바꾸면 훨씬 적은 돈으로 훨씬 만족스러워집니다. 무엇을 먼저 사야 하는지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특정 제품을 고르는 글은 아니고, 어떤 순서로 사야 후회가 적은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0먼저, 지금 어떻게 마시고 계신가요
여기서 사야 할 게 완전히 갈립니다. 사기 전에 이것부터 정하시는 게 좋습니다.
아메리카노를 주로 마신다: 드립이나 모카포트로 충분합니다. 머신 없이도 됩니다
라떼를 매일 마신다: 이 경우에만 에스프레소 머신이 값을 합니다
하루 한 잔, 여유 있게: 드립 도구가 가장 잘 맞습니다
아침에 급하게 한 잔: 콜드브루를 미리 만들어두는 쪽이 현실적입니다
핵심
라떼를 매일 마시는 게 아니라면 머신은 대부분 과합니다.
1저울
가장 저렴한데 맛의 차이가 가장 크게 나는 물건입니다.
눈대중으로 원두를 넣으면 매일 맛이 달라집니다. 오늘 맛있었던 잔을 내일 다시 만들 수가 없어요. 저울 하나만 있으면 같은 맛을 반복할 수 있고, 그때부터 조절이 가능해집니다.
0.1g 단위까지 보이면 좋습니다
타이머가 붙어 있으면 추출 시간까지 같이 봅니다
주방 저울로 시작하셔도 됩니다. 1g 단위여도 눈대중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2그라인더
홈카페에서 돈을 쓸 가치가 가장 큰 자리입니다. 머신보다 먼저입니다.
원두는 갈리는 순간부터 향이 빠집니다. 미리 갈아둔 커피와 마실 때 가는 커피는 같은 원두여도 다른 음료에 가깝습니다. 좋은 원두를 사서 미리 갈아둔 걸 쓰시면 그 돈의 절반은 버리는 셈입니다.
날 방식이 칼날 방식보다 낫습니다. 칼날은 입자가 들쭉날쭉해서 맛이 섞입니다
손으로 돌리는 것부터 시작하셔도 충분합니다. 한 잔 분량이면 힘들지 않습니다
굵기 조절 단계가 있는지 보세요. 드립과 모카포트는 필요한 굵기가 다릅니다
핵심
순서를 하나만 지키신다면 이겁니다. 머신보다 그라인더가 먼저입니다.
3추출 도구
여기서 갈래가 나뉩니다. 처음이라면 드립을 권합니다. 싸고, 실패해도 원인을 찾기 쉽습니다.
드리퍼: 가장 저렴하고 조절 폭이 넓습니다. 필터값만 계속 듭니다
프렌치프레스: 필터가 없어 기름 성분이 남아 묵직합니다. 설거지가 조금 번거롭습니다
모카포트: 진한 커피가 나옵니다. 우유를 섞으면 라떼 비슷하게 됩니다
에스프레소 머신: 진짜 라떼를 원할 때. 다만 그라인더도 같이 좋아야 제 역할을 합니다
드립으로 시작해서 부족함을 느끼실 때 다음 단계로 가시면 됩니다. 처음부터 큰 걸 사면 뭐가 부족한지도 모른 채 쓰게 됩니다.
4주전자
드립을 하실 거면 물줄기가 가는 주전자가 있으면 편합니다. 없어도 되긴 합니다.
일반 주전자로도 내릴 수 있지만 물이 한 번에 쏟아져서 원두가 고르게 젖지 않습니다. 급하시면 나중에 사셔도 되는 물건입니다. 저울과 그라인더보다는 뒤입니다.
5잔
맨 마지막에 두었지만 매일 손이 가는 건 결국 잔입니다.
아무리 잘 내려도 마시는 동안 식거나 묽어지면 앞의 과정이 좀 아깝습니다. 따뜻한 음료는 온기가 오래 가는 쪽이, 아이스는 얼음이 천천히 녹는 쪽이 마지막 한 모금까지 낫습니다.
안 사셔도 되는 것
온도계: 끓인 물을 1분 정도 식히면 대개 적당한 온도가 됩니다
탬퍼 세트: 에스프레소 머신을 쓰실 때만 필요합니다
비싼 서버: 계량컵이나 머그로 받아도 됩니다
원두 보관 통: 원봉지가 밀폐된다면 그대로 쓰셔도 괜찮습니다
예산별로 정리하면
가장 적게: 주방 저울 + 손 그라인더 + 드리퍼. 이것만으로 매일 마실 수 있습니다
한 단계 위: 여기에 커피 저울과 가는 주전자를 더합니다
라떼를 매일: 그라인더를 먼저 올리고 그다음 머신입니다. 순서를 바꾸지 마세요
자주 묻는 것
캡슐 머신은 어떤가요
매일 같은 맛이 나오고 손이 거의 안 갑니다. 다만 원두를 골라 마시는 재미는 없습니다. 편의를 최우선으로 두신다면 나쁜 선택이 아닙니다.
원두는 어디서 사나요
동네 로스터리에서 볶은 날짜를 보고 사시는 게 가장 확실합니다. 볶은 지 2주에서 한 달 사이가 편하게 드시기 좋습니다.
한 잔에 원두를 얼마나 쓰나요
드립 기준으로 물 100ml에 원두 6g에서 7g 정도가 흔한 출발점입니다. 여기서 취향에 맞게 늘리거나 줄이시면 됩니다.
맛이 매일 달라요
대부분 계량 때문입니다. 저울을 쓰시면 상당 부분 해결됩니다. 그다음이 물 온도와 분쇄 굵기입니다.
마지막으로
홈카페는 장비를 늘리는 취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만족도를 올리는 건 저울과 그라인더 두 개에서 대부분 결정됩니다. 둘 다 머신보다 쌉니다.
나머지는 천천히 늘리셔도 늦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마지막에 잔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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